[윤혜의 발견 방학 편]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 박윤혜(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상근자 a.k.a.주일 학교 교사)

우리 반 일상 풍경. 공과해야 하는데 일주일 동안 얘기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 우리 반 일상 풍경. 공과해야 하는데 일주일 동안 얘기하다 보면 시간이 지나.

매주 만나는 아이들이 있다. 교회 주일학교 우리 반 아이들이다. 지난해 담당했던 아이들이 올해로 벌써 6학년이 됐다. 우리 반 아이들은 비교적 호불호가 뚜렷하고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다. 원래 저 나이대 아이들이 이렇게 투명하게 자신을 표현하는지 모르겠지만 특히 우리 반이 그렇다. 몇몇 친구들은 이제 전공을 정하고 입시 준비도 시작했다. 누군가는 매주 개인 레슨과 연습으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학원, 레슨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쓰고 누군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경험을 쌓으며 시간을 보낸다. 좀 이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강박이 있는 것 같아 걱정도 됐다. 이제는 바빠질 일밖에 없는데 일찍부터 바쁜 일상에 길들여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때만 누릴 수 있는 순수함도 잃지 않았으면 했다. 방학 개학을 막론하고 매주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따로 방학에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 같은 건 한 적이 없다. 우리 반 애들은 다른 반 애들보다 훨씬 자유롭고 자율적인데 조금 색다른 느낌으로 지내지 않을까?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물었다. 응응. 이번 방학에 뭐 할 거야?” 매주 만나는 아이들이 있다. 교회 주일학교 우리 반 아이들이다. 지난해 담당했던 아이들이 올해로 벌써 6학년이 됐다. 우리 반 아이들은 비교적 호불호가 뚜렷하고 표현하는 데 거침이 없다. 원래 저 나이대 아이들이 이렇게 투명하게 자신을 표현하는지 모르겠지만 특히 우리 반이 그렇다. 몇몇 친구들은 이제 전공을 정하고 입시 준비도 시작했다. 누군가는 매주 개인 레슨과 연습으로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학원, 레슨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쓰고 누군가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경험을 쌓으며 시간을 보낸다. 좀 이르지 않을까 생각했다. 너무 어린 나이부터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강박이 있는 것 같아 걱정도 됐다. 이제는 바빠질 일밖에 없는데 일찍부터 바쁜 일상에 길들여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그때만 누릴 수 있는 순수함도 잃지 않았으면 했다. 방학 개학을 막론하고 매주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에 ‘따로 방학에 무엇을 하느냐’는 질문 같은 건 한 적이 없다. 우리 반 애들은 다른 반 애들보다 훨씬 자유롭고 자율적인데 조금 색다른 느낌으로 지내지 않을까? 호기심 반 기대 반으로 물었다. 응응. 이번 방학에 뭐 할 거야?”

첫번째로 도착한 영희(가명) 첫번째로 도착한 영희(가명)

나 매일 12시간 30분씩 그림을 그려야 해요. 나 학원에서??? 영희: (응응)입시하지않으면 안돼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취미로 그리던 영희는 지난해 말부터 미술 입시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나 매일 12시간 30분씩 그림을 그려야 해요. 나 학원에서??? 영희: (응응)입시하지않으면 안돼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해 취미로 그리던 영희는 지난해 말부터 미술 입시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영희가 가져온 미술 가방. 물감이나 포스터가 있는 줄 알았는데 모두 4B 연필이었다. 1타임에 22개씩 쓰면… (왼쪽)/연습한 그림(오른쪽) 나:아, **중학수험? (*예술중학교) 영희: (응응)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계속 그림만 그리고 있대요! 나:힘들지않아? 그래도 준비는 해야하니까…? 괜찮습니다! 나: 그럼 학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그 시간에 갈 거야? 방학 내내 같이 학교를 시작하고 나서도. 개학하면 체험학습(시간으로)으로 바꾸고 그때도 다시 그림을 그립니다. 나: 입시가 언제부터 시작해? 10월쯤…? 입시를 한다고 하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더 이상 그림 그리는 것에 진절머리가 날 텐데, 영희는 여전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간혹 대회에 참가하거나 학원에서 모의 입시를 치르면 어떤 결과에도 크게 좌절하거나 움츠러드는 일이 없다. 우리 밝고 자유로운 영혼의 영희가 이번 방학은 입시에 전념하기로 한 것 같다. 가족끼리 여행을 가거나 친구끼리 어디 놀러가지는 말아요? 나 입시가 끝나면 가족과 함께 유럽여행을 간다구요!?! 나: 와 진짜?ㅋㅋㅋ 좋겠다! 아버지가 돈을 다 모아놨대요! 끝나고 같이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로 했어요!!!! 아버지가 영희 힘내라는 표현인 걸 영희도 알고 있나. 아빠의 표현 방식을 살펴보면 영희가 왜 그렇게 사랑스러운지도 알 수 있다. 영희가 그냥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건 아닌 것 같다. 여행 이야기에 부쩍 텐션이 높아져 대답을 하는 게 아까와 전혀 상반된 반응이었다. 뚝! 부러지는 이슬(가명) 영희가 가져온 미술 가방. 물감이나 포스터가 있는 줄 알았는데 모두 4B 연필이었다. 1타임에 22개씩 쓰면… (왼쪽)/연습한 그림(오른쪽) 나:아, **중학수험? (*예술중학교) 영희: (응응)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계속 그림만 그리고 있대요! 나:힘들지않아? 그래도 준비는 해야하니까…? 괜찮습니다! 나: 그럼 학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그 시간에 갈 거야? 방학 내내 같이 학교를 시작하고 나서도. 개학하면 체험학습(시간으로)으로 바꾸고 그때도 다시 그림을 그립니다. 나: 입시가 언제부터 시작해? 10월쯤…? 입시를 한다고 하면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더 이상 그림 그리는 것에 진절머리가 날 텐데, 영희는 여전히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간혹 대회에 참가하거나 학원에서 모의 입시를 치르면 어떤 결과에도 크게 좌절하거나 움츠러드는 일이 없다. 우리 밝고 자유로운 영혼의 영희가 이번 방학은 입시에 전념하기로 한 것 같다. 가족끼리 여행을 가거나 친구끼리 어디 놀러가지는 말아요? 나 입시가 끝나면 가족과 함께 유럽여행을 간다구요!?! 나: 와 진짜?ㅋㅋㅋ 좋겠다! 아버지가 돈을 다 모아놨대요! 끝나고 같이 유럽여행을 다녀오기로 했어요!!!! 아버지가 영희 힘내라는 표현인 걸 영희도 알고 있나. 아빠의 표현 방식을 살펴보면 영희가 왜 그렇게 사랑스러운지도 알 수 있다. 영희가 그냥 스트레스를 안 받는 건 아닌 것 같다. 여행 이야기에 부쩍 텐션이 높아져 대답을 하는 게 아까와 전혀 상반된 반응이었다. 뚝! 부러지는 이슬(가명)

자리에 들어오는 이슬이를 반갑게 맞이하며 물었다. 하지만 이슬이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이슬: 샘, 이거 때문에 물어보는 거예요. 선생님이 일하시는 거 사교육 이런 거 있잖아요. 어휴, 우리의 또렷한 이슬이. 이슬이는 눈치가 빠르네. 응, 샘, 일하는 곳.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그래서 물어보는것도 좋지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야 ㅋㅋㅋ 이슬:(씨익) 나 이번 방학에 언니가 미국에 갔기 때문에…나:? 그래? 너도 미국에 가니? 이슬: 아니요. 우리 아빠만 따라갈게요. 저는 어머니와 한국에 있습니다. 응? 방학에 뭐하냐고 물었더니 가족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가족 이야기까지 해주는 건 그만큼 마음이 열려 있다는 증거다. 처음에는 이런 대화가 익숙하지 않았다. “왜 A를 들었는데 B를 얘기해?” 대화가 안 되는 줄 알았다.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가끔 내 생각과 다른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그것을 처음부터 차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10에서 꺼내 다른 대답처럼 느껴지는 경우다. 아마도 이슬이는 다음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소식을 전했을 것이다. 나:아,그렇구나. 이슬이도 미국 가고 싶어 했잖아. 이슬이는 나중에 갈 거야? 이슬: 아마겠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어요.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 아마 미국을 가장 따라가고 싶은 것은 이슬일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았던 이슬이는 주일학교 3부 영어예배에도 참석한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1~3부 어린이 예배에 모두 참석하는 것은 웬만한 의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굉장히 가고싶을텐데 쿨하게 대답을 넘겨버렸다. 이슬이에게 방학에 뭐하냐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저 학원…? 가지 않을까요? 그리고 어머니와 여행을 갈 수도 있어요. 학원을 7개씩 다니는 이슬이. 이슬이에게 일상이 되어버린 학원이라 특별한 일상은 아니었다. 이슬이의 여름방학 화제는 언니의 미국 유학, 학원 공부, 잘하면 엄마와의 여행인 것 같다. 곁에서 읽고 있던 릴리 자리에 들어오는 이슬이를 반갑게 맞이하며 물었다. 하지만 이슬이는 이 순간을 놓치지 않는다. 이슬: 샘, 이거 때문에 물어보는 거예요. 선생님이 일하시는 거 사교육 이런 거 있잖아요. 어휴, 우리의 또렷한 이슬이. 이슬이는 눈치가 빠르네. 응, 샘, 일하는 곳.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그래서 물어보는것도 좋지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거야 ㅋㅋㅋ 이슬:(씨익) 나 이번 방학에 언니가 미국에 갔기 때문에…나:? 그래? 너도 미국에 가니? 이슬: 아니요. 우리 아빠만 따라갈게요. 저는 어머니와 한국에 있습니다. 응? 방학에 뭐하냐고 물었더니 가족이야기를 한다. 이렇게 가족 이야기까지 해주는 건 그만큼 마음이 열려 있다는 증거다. 처음에는 이런 대화가 익숙하지 않았다. “왜 A를 들었는데 B를 얘기해?” 대화가 안 되는 줄 알았다. 아이들과 대화하다 보면 가끔 내 생각과 다른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에 떠오르지만 그것을 처음부터 차례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10에서 꺼내 다른 대답처럼 느껴지는 경우다. 아마도 이슬이는 다음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 소식을 전했을 것이다. 나:아,그렇구나. 이슬이도 미국 가고 싶어 했잖아. 이슬이는 나중에 갈 거야? 이슬: 아마겠지? 모르겠어요! 나중에 갈 수도 있고, 안 갈 수도 있어요.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 아마 미국을 가장 따라가고 싶은 것은 이슬일 것이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영어에 관심이 많았던 이슬이는 주일학교 3부 영어예배에도 참석한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1~3부 어린이 예배에 모두 참석하는 것은 웬만한 의지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굉장히 가고싶을텐데 쿨하게 대답을 넘겨버렸다. 이슬이에게 방학에 뭐하냐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저 학원…? 가지 않을까요? 그리고 어머니와 여행을 갈 수도 있어요. 학원을 7개씩 다니는 이슬이. 이슬이에게 일상이 되어버린 학원이라 특별한 일상은 아니었다. 이슬이의 여름방학 화제는 언니의 미국 유학, 학원 공부, 잘하면 엄마와의 여행인 것 같다. 곁에서 읽고 있던 릴리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릴리는 순수한 한국인이다. 영어가 더 편한 한국인. 릴리는 이제 한국에 없다. 작년 방학 때도 미국에 있었고, 이번 방학에는 유럽으로 장기 여행을 갔어. (그래서 인터뷰를 할 수가 없다) 작년에는 한국어가 어색했던 릴리는 현재 우리반 리더 수준··· 당시에는 나와의 대화도 힘들고 조용히 있거나 무슨 말을 하려다가 답답해하면서 집에 갔는데 아이들끼리 서로 친해져서 한국어가 많이 늘고 활발해졌다. 이름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릴리는 순수한 한국인이다. 영어가 더 편한 한국인. 릴리는 이제 한국에 없다. 작년 방학 때도 미국에 있었고, 이번 방학에는 유럽으로 장기 여행을 갔어. (그래서 인터뷰를 할 수가 없다) 작년에는 한국어가 어색했던 릴리는 현재 우리반 리더 수준··· 당시에는 나와의 대화도 힘들고 조용히 있거나 무슨 말을 하려다가 답답해하면서 집에 갔는데 아이들끼리 서로 친해져서 한국어가 많이 늘고 활발해졌다.

릴리의 루틴. 앉으면 책을 펴. 릴리의 루틴. 앉으면 책을 펴.

릴리는 혼자 있을 때는 항상 책을 읽는다. (물론 영어책) 휴대전화도 잘 안 본다. 내성적인 친구가 아니야. 밖에 나가서 활동하면 뛰어다니는 것을 가장 잘하고 적극적으로 하는 친구도 릴리다. 릴리를 보면 한국에 살고 있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이 잠시 관심을 갖는 아이돌 이야기도, 휴대폰 이야기도, 드라마, 게임 이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친언니가 최근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자신은 학원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한다. 재미없대.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가버려서 지루하다는 릴리. 릴리의 휴가는 보통 가족의 스케줄에 따라 결정된다. 여름 성경학교에 너무 가고 싶어 했는데 가족 일정이 있어서 못 가는 것을 아쉬워했다. 바이올린 전공자 지영(가명) 릴리는 혼자 있을 때는 항상 책을 읽는다. (물론 영어책) 휴대전화도 잘 안 본다. 내성적인 친구가 아니야. 밖에 나가서 활동하면 뛰어다니는 것을 가장 잘하고 적극적으로 하는 친구도 릴리다. 릴리를 보면 한국에 살고 있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 요즘 우리 반 아이들이 잠시 관심을 갖는 아이돌 이야기도, 휴대폰 이야기도, 드라마, 게임 이야기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친언니가 최근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자신은 학원에 별로 관심이 없다고 한다. 재미없대. 친구들이 모두 학원에 가버려서 지루하다는 릴리. 릴리의 휴가는 보통 가족의 스케줄에 따라 결정된다. 여름 성경학교에 너무 가고 싶어 했는데 가족 일정이 있어서 못 가는 것을 아쉬워했다. 바이올린 전공자 지영(가명)

지영이는 무려 3주 만이었다. 초등부의 모든 배경음을 담당해 주는 아이, 어떤 곡이든 악보만 있으면 바이올린으로 소화하는 능력자. 지영:아, 선생님, 저 정말… 지영이는 항상 할 말이 많아. (언제나 억울한 듯이 말한다.) 말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항상 “요즘 너무 힘들어요”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지영: 정말 저 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나: 어머, 왜. 오늘도 아침 일찍 레슨을 받고 왔어? 지연 : 아니요. 오늘은 안 했어요. 근데 제가 입시곡이 정해져서 요즘 연습을 시작해서 너무 바빠요. 지영이는 무려 3주 만이었다. 초등부의 모든 배경음을 담당해 주는 아이, 어떤 곡이든 악보만 있으면 바이올린으로 소화하는 능력자. 지영:아, 선생님, 저 정말… 지영이는 항상 할 말이 많아. (언제나 억울한 듯이 말한다.) 말을 시작하면 처음에는 항상 “요즘 너무 힘들어요”이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지영: 정말 저 오늘 너무 힘들었어요. 나: 어머, 왜. 오늘도 아침 일찍 레슨을 받고 왔어? 지연 : 아니요. 오늘은 안 했어요. 근데 제가 입시곡이 정해져서 요즘 연습을 시작해서 너무 바빠요.

바이올린_전공자의_흔한_폼.jpg 바이올린_전공자의_흔한_폼.jpg

지영은 바이올린을 전공한다. 바이올린을 아주 아주 잘 연주한다. 취미 정도가 아니라 입시, 미래를 바이올린으로 정한 지영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바이올린에 진지했다. 원래 열심히 하는 친구인데 입시곡이 결정됐다니 힘들 것 같았다. 나: 너무 힘들면 좀 쉬엄쉬엄 해. 지연 : 아, 안 돼요. 해야 할 일이 이만큼 있거든요. 쉴 수가 없어요. 바이올린을 가장 좋아하지만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이게 무슨 뜻일까 싶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해가 된다. 새벽에 레슨을 받고 오후 내내 연습하고. 조금 쉬는 시간에는 입시를 위해 국영수 공부를 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남기라는 말이 지영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지영이는 제일 잘하는 게 제일 좋은데 그걸 업으로도 선택한 거니까.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게 대견하면서도 안쓰럽다. 지영은 바이올린을 전공한다. 바이올린을 아주 아주 잘 연주한다. 취미 정도가 아니라 입시, 미래를 바이올린으로 정한 지영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바이올린에 진지했다. 원래 열심히 하는 친구인데 입시곡이 결정됐다니 힘들 것 같았다. 나: 너무 힘들면 좀 쉬엄쉬엄 해. 지연 : 아, 안 돼요. 해야 할 일이 이만큼 있거든요. 쉴 수가 없어요. 바이올린을 가장 좋아하지만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이게 무슨 뜻일까 싶지만 가까이서 보면 이해가 된다. 새벽에 레슨을 받고 오후 내내 연습하고. 조금 쉬는 시간에는 입시를 위해 국영수 공부를 한다. 가장 좋아하는 것은 취미로 남기라는 말이 지영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지영이는 제일 잘하는 게 제일 좋은데 그걸 업으로도 선택한 거니까.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게 대견하면서도 안쓰럽다.

요즘은 중2병이 초4로 떨어졌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사춘기도 그만큼 빨리 온다. 내가 있는 부서는 5~6학년만 있는데, 2년 동안 말이 많았던 아이가 말이 완전히 줄고, 변성기가 온 모습도 보고, 예뻤던 피부에 여름이 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들도 종종 본다. 2년 동안 함께한 우리 반 아이들도 사춘기가 왔다. 남자라면 싫어하던 아이들이 요즘은 남자 아이돌 사진을 휴대전화에 붙여놓고 물놀이면 그냥 좋아한다던 지난해에 비해 지금은 수영복을 입기 싫어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이 사춘기의 변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옷이 전부 블랙으로 바뀐 친구들도 있다. 사춘기라고 하면 반항적이거나 괴팍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인간관계’와 ‘복합적인 감정’이라는 카테고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리(?)가 생겼다. 내가 건네는 진심과 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이해도 해주고, 배려도 해주고, 가끔은 내 고민에 위로도 해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들어보고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어른은 나를 챙겨주는 어른,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 훈수가 아니라 맞장구를 쳐주는 어른이다. 나는 매주의 일상을 아이들과 소소하게 나눈다. 한 가지 질문을 하면 열 마디 말로 대답해 주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아이들의 방학’을 발견하고 싶어 쓴 글이 ‘아이들’의 발견이 됐다. 외모의 성장 속도는 빨라 보여도 또래 아이들의 마음만은 부드럽다. 씨앗은 이미 심었을 테니 마음의 밭이 잘 만들어지도록 좋은 거름을 주고, 어쩌면 씨앗이 병들지는 않는지 들여다보며 양분을 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할 일이다. 밭을 튼튼하고 고르게 잘 경작하게 되면 언젠가 열매가 열리고 꽃이 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다시 물어봐야겠다. “이번 주에 뭐 했어?” – 박윤혜(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상근자, 홍보국) 요즘은 중2병이 초4로 떨어졌다고 할 정도로 아이들의 성장 속도가 빠르고 사춘기도 그만큼 빨리 온다. 내가 있는 부서는 5~6학년만 있는데, 2년 동안 말이 많았던 아이가 말이 완전히 줄고, 변성기가 온 모습도 보고, 예뻤던 피부에 여름이 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들도 종종 본다. 2년 동안 함께한 우리 반 아이들도 사춘기가 왔다. 남자라면 싫어하던 아이들이 요즘은 남자 아이돌 사진을 휴대전화에 붙여놓고 물놀이면 그냥 좋아한다던 지난해에 비해 지금은 수영복을 입기 싫어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이 사춘기의 변화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옷이 전부 블랙으로 바뀐 친구들도 있다. 사춘기라고 하면 반항적이거나 괴팍한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나쁜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에게 ‘인간관계’와 ‘복합적인 감정’이라는 카테고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리(?)가 생겼다. 내가 건네는 진심과 말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이해도 해주고, 배려도 해주고, 가끔은 내 고민에 위로도 해준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들어보고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어른은 나를 챙겨주는 어른,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 훈수가 아니라 맞장구를 쳐주는 어른이다. 나는 매주의 일상을 아이들과 소소하게 나눈다. 한 가지 질문을 하면 열 마디 말로 대답해 주는 아이들이 사랑스럽다. ‘아이들의 방학’을 발견하고 싶어 쓴 글이 ‘아이들’의 발견이 됐다. 외모의 성장 속도는 빨라 보여도 또래 아이들의 마음만은 부드럽다. 씨앗은 이미 심었을 테니 마음의 밭이 잘 만들어지도록 좋은 거름을 주고, 어쩌면 씨앗이 병들지는 않는지 들여다보며 양분을 주는 것이야말로 내가 할 일이다. 밭을 튼튼하고 고르게 잘 경작하게 되면 언젠가 열매가 열리고 꽃이 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다시 물어봐야겠다. “이번 주에 뭐 했어?” – 박윤혜(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상근자, 홍보국)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