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울릉도 여행에서 돌아와 죽은 듯이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남편이 아들을 회사에 데려다 주면서 일상을 시작했다.지난 3일간 아들이 배달해 먹은 일회용 용기로 산을 이룬 싱크대~빨래가 여기저기 흩어져 집안 모습은 볼 일도 아니었다.적당히 분리수거해 베란다에 있는 분리수거함에 넣으려고 갔다가 베란다 실외기 위에 앉아 있는 한 쌍의 비둘기를 본 순간 지난해 악몽이 떠올라 창문을 열고 비둘기를 쫓아가다 보니 우려했던 바로 둥지를 짓기 직전의 모습을 발견했다.
에~~나 이럴줄 알았어.아무튼 조금만 집을 비워도 이런 사태가… 아들도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비둘기까지 자기 집처럼 둥지를 틀 준비를 하고 있었어!!!
지난 3일 동안 나뭇가지를 열심히 물어 날랐구나!혹시 모르니까 여행가기 전에 확인하고 청소해도 안심이 안 돼 에프킬라도 뿌려놨는데 살충제도 소용없었던 것 같다.근데… 왜 이렇게 분위기가 다르지?저번주에 봤던 이재효갤러리 작품과 같은 재료인데 그 작품을 보면서 감탄했는데 실외기 뒤에 쌓아놓은 나뭇가지를 보고 떨려서… 누가 했느냐에 따라 이렇게 상반된 감정이 생길 줄이야…
이재효의 작품 만약 비둘기들이 이 작품을 보면 바로 둥지를 틀고 알을 낳은 것 같다.아들을 데리고 돌아온 남편에게 말했더니 임시방편으로 비둘기 퇴치법으로 뭔가 툭툭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만든 게 저 모양이야.지난해 태풍으로 날아간 풍차를 이용해 상자를 하나 집어 받침대를 꽂아 실외기 뒤에 놓았다.저런 걸 두면 비둘기가 쉽게 앉을 수 없대… 칠칠치 못한… 어디 고정시켜 놓지도 않아서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릴 것 같아. 일단 임시방편으로 실외기 뒤쪽에 놓아두긴 했다.좀 더 머리를 쥐어짜보자.이제 청소를 해야 하는데 몸이 피곤하니까 아무것도 하기 싫어.그러자 남편이 급할 건 없으니까 일단 쉬고 나중에 푹 쉬잖아.남는게 시간인데 뭐가 걱정되냐고.. 글쎄~~~
에휴..어제 돌아오는 버스에서 너무 꾸벅꾸벅 졸다가 창문에 꽁꽁 부딪혔더니 이마에 혹이 생기고 멍이 들었다.왜 그런 상황이 올 때까지 모르고 잤는지 모르겠어.꿈결에 “아이고 아파!”하고 다시 잤는데 오늘 아침 이마가 아파서 거울을 보고 한참 웃었다.그게 꿈이 아니었구나! 아무튼 여행을 하면 되는데 다녀와서 뒷처리 하는게 일이야.남편 말대로 급할 건 없으니까 좀 누워서 점심 사먹고 정리하고 오늘 저녁 잘 만들어서 세 식구가 오붓하게 먹어야지.지난 3일간 배달만 먹은 아들이 좋아하는 청국장과 계란말이를 만들어~~~^^*